희생된 46인의 고귀한 생명, 구조 제대로 이행됐나?
희생된 46인의 고귀한 생명, 구조 제대로 이행됐나?
“무엇보다 국민의 분노를 샀던 것은 절단된 선체를 유실했을 뿐만 아니라, 이틀 동안 찾지 못해 천안함과 함께 수장된 고귀한 생명에 대한 절대적 구조시간을 놓쳐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첨단과학시대에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중대한 과실이며, 이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었기에, 김태영 국방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한 것이다”
신상철 전 천안함 사건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은 지난 6월 11일 김태영 국방장관을 증거 인멸과 직무상 과실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법원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그가 제출한 고발 사유에는 ▲좌초로 인해 나타난 함미 좌현 하부의 스크래치(=긁힘 현상)에 대한 증거 인멸 ▲함미ㆍ함수 유실과 발견 과정에서 48시간을 허비해 생존가능성이 높은 장병들을 도의적으로 익사하게 한 중대한 과실 ▲천안함 스크루 손상과 관련한 허위 분석에 대한 책임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최근 언론을 통해 정부의 천안함 사건의 발표 내용에 대한 국내외 저명한 학자들의 잇따른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인천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 주관한 신상철 전 조사위원 초청 강연회가 ‘천안함 진실을 말한다’라는 제목으로 6월 24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부평1동 성당 소강당에서 열렸다.
상식과 원칙의 틀 안에 있으면 금방 해명될 사건
“내가 원래 정의감이 높진 않다. 그러나 상식과 너무나 동떨어진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어 나서게 됐다. 상식과 원칙의 틀 안에 있으면 금방 해명될 사건이다. 얼마 안 있어 진실은 밝혀지게 된다. 지금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그 국제적 망신을 어떻게 감당하나. 한국에는 진실을 밝힐 용기 있는 전문가, 언론이 아무도 없었다는 게 더 큰 망신거리다”
신상철 전 조사위원은 최근에 존스홉킨스대학 서재정 국제정치학 교수와 버지니아대 이승헌 물리학과 교수의 어뢰 폭발 시 생기는 알루미늄 산화물 결정체 진위 논란과 관련, 한국에서는 어떤 학자나 전문가도 과학적인 검증 작업으로 반박자료를 발표하는 사례가 없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하고 싶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강연에 앞서, 해군으로부터 지난 5월 18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해 하루에도 수십 번 검찰조사를 받으러 간다는 그의 표정엔 위기감보다는 비장함이 묻어 있었다. 그는 비상식적이고 무고한 고소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껴 김태영 국방장관을 고발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 내내 단호하게, 그리고 명확한 어투로 쉬지 않고 열변을 토해냈다. 성당 강의실을 가득 메운 청중들도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했다.
신 전 조사위원은 국방부 합조단의 발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거짓을 또 다른 거짓으로 돌려막는 이명박 정부가 정말 대단할 뿐’이라고 비판했고, 이어 ‘국가가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희대의 사기극을 이제 어떻게 하느냐’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합조단에 참여해 찍어 둔 천안함 함수ㆍ함미 사진들과 사건 이후 수개월에 걸쳐 언론에 발표된 수백 건의 보도 자료를 분석한 내용을 설명했다. 또한 지방선거 중에 터져 나온 국방부 합조단의 발표 내용 일부분이 최근 번복된 점과 사건 정황상 앞뒤가 맞지 않는 입증 사유들, 그리고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모든 정보가 숨겨진 부분들에 대해 구체적인 반박 자료들을 풀어놓았다.
신 전 조사위원은 또한 천안함의 움직임과 관련해 중요한 기초 정보인 항로ㆍ침로ㆍ속도ㆍ 엔진기동 상황 등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 최초 원인규명을 어렵게 한 점,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이나 TOD(=열열상장비) 동영상 자료 등 중요한 디지털 정보에 대해 여러 차례 존재를 부인했다가 공개한 점, 그리고 잘못된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제공하는 등 국민에 대한 성실보고 의무를 다하지 못한 국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좌초를 입증하는 자료를 모으는 데 과학적으로 접근했을 뿐
▲ 3월 27일 <아시아경제>가 보도한 기사의 지도안을 들여다보면, 고조 03:41 / 16:13 표시와 저조 09:57 / 22:39 표시가 기록돼있고, 평균수면 6.4m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최초 좌초 시점의 수면표기가 정확히 언급돼있다.
“나는 좌초를 입증해야하는 자료를 모으는 데 집중했다. 살인사건 형사들처럼 스토리를 거꾸로 추적해갔지만 과학적인 검증과 사례분석을 통해 이루어졌다. 보수언론들은 나를 집중 조명하며 허위사실 유포로 몰고 갔지만, 결과는 소설이 아니었다. 어뢰로 폭발했음에도 46구의 시신이 깨끗했던 점, 물기둥을 보지 못했다는 생존대원들의 증언들, 초기 언론보도를 통해 보고된 좌초설 등이 그 증거를 뒷받침해준다”
신 전 조사위원은 배가 침수됐을 때 좌초 아니면 폭발일 단 두 가지만의 개연성이 있음에도 불구, 국방부 합조단의 조사결과 발표에는 오직 어뢰폭발이라는 한 가지 사실의 단정 속에 모든 증거들을 상황에 맞게 꿰맞춰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며 그는 해경의 최초 보고(=기자회견)가 변경됐던 점, 해군 함장이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폭발음과 좌초음도 구분 못한다는 직급의 몰이해성, 백령도 주민의 목격담, 탄약고ㆍ연료탱크ㆍ전선피복 등의 손상이 없었던 점에 대해 구체적인 사진을 곁들여가며 설명했다.
“화약 냄새, 프로펠러 손상(안쪽으로 휘어짐)만으로도 좌초가 입증된다. 탄약고 내부 손상도 없었다. 전선피복도 양호했으며, 절단면도 깨끗했다. 생존 대원들의 최초 증언에도 그을음과 파공이 없었으며, 폭발소리도 없었다고 했다. 이런 이유에 대해 국방부는 버블제트에 의한 비접촉 폭발이라고 했다.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TNT화약물이 폭발했는데 왜 탄약고 내부가 그렇게 가지런했나. 연료탱크도 깨끗한데, 그렇다면 북측의 어뢰가 분명 최첨단 친환경어뢰가 맞을 것이다(웃음)”
그는 또한 어뢰폭발에 대한 실험사례를 설명하면서 과학적 입증을 뒷받침했다.
“어뢰 폭발은 약 4000개 이상의 수류탄이 터진 거랑 똑같다. 만약 이 강의실 안에 수류탄 한 개만 터져도, 모든 집기가 파손될 뿐만 아니라 여러분들 또한 사지가 찢어질만한 중상을 입고야 만다. 국방부가 발표한 버블제트의 어뢰라면 천안함의 3분의 2가 날아가야 맞다. 아무리 비접촉 폭발이라 하더라도 배의 밑바닥은 걸레가 되고 마는데, 너무 깨끗했다. 어불성설이다”
그는 버블제트 어뢰가 폭발했을 경우, 물기둥이 100m 정도 올라오며 두 동강이 나더라도 절단면이 구겨진 신문조각처럼 너덜너덜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최근 네티즌이 찍은 사진에 멀쩡한 형광등 사진을 비유하며 웃기지도 않는 비상식적인 발표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전 조사위원은 이어 3월 27일 <아시아경제> 기사를 참고하며 해군작전상황도 보고 상황을 언급했다. 이 기사에 공개된 지도를 들여다보면, 최초 좌초 장소가 정확히 별표로 표기됐다는 것이다. 이 상황으로 유추해보면, 밀물일 때 저수심이 8.9m이고 썰물일 때 3.9m인데, 썰물일 때 배가 지나가 저수심 속에 폭이 좁아지고 유속이 빨라져 배가 땅에 닿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때가 바로 최초 좌초 시점이었고, 이후 배를 빼려다 두 번째 사고(=다른 배와의 충돌)로 함수와 함미가 두 동강으로 쪼개져 침몰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실은 3월 26일 언론에 유출된 동영상 기록에도 보관돼있으며, 5월 5일 방영된 추적60분의 인터뷰 내용에도 나온다고 강조했다.
함수ㆍ함미 유실은 중대한 과실…어쩔 수 없었나?
“3월 26일 21시 22분 천안함은 외부 충격으로 인해 절단된 후 함미는 즉각 침몰했으나 함수는 상당시간 떠 있다가 가라앉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후 함미와 함수를 찾지 못해 48시간이라는 아까운 시간을 허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생존가능성이 높은 시간을 거의 소진해 버리는 중대한 과실을 범했던 것이다”
신 전 조사위원은 최초 천안함이 침수되고 장병들의 생존기간을 지연시킨 사유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고발장 자료를 보면, 함미는 사고 후 이틀이 지난 3월 28일 밤, 최초 사고지점으로부터 불과 40~183m(언론보도) 떨어진 거리에서 발견됐다. 천안함의 최초 사고지점의 좌표는 KNTDS상 위치 정보, 천안함에서의 보고, 천안함과 편대 기동했던 참수리 2대의 보고에 의해 (그들이 보고의무를 충실히 행했다면) 정확하게 확정될 수 있는 좌표였다.
덧붙여 그는 “그럼에도 최초 사고지점에서 불과 40(최초 보도)~183m(이후 정정)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는데도 그것을 찾지 못해 이틀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천안함의 길이가 88m인 점을 감안할 때, 불과 배 길이의 절반 혹은 겨우 두 배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었는데 그것을 찾지 못했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부연 설명했다.
또한 그는 함수 발견 시점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국방부 대변인의 ‘던지는 부표설(원래는 배에 묶는 것)’에 대한 비상식적인 발표와 27일 오전 7시 30분께 용트림 바위 앞에 드러난 함수의 위치 추적 포기에 대한 사유, 스크루의 손상과 관련한 비논리적인 해명(지워진 흔적) 등에 대한 국방부의 명확한 해명이 이뤄져야한다고 언급했다.
더 이상 거짓이 진실을 덮는 세상이 오지 않기를
신상철 전 조사위원은 강연 말미에 청중과의 대화를 통해 “내 말이 그들의 주장에 의해 또 다른 의혹이나 허무맹랑한 왜곡으로 치부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며 그는 정확한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가장 진실에 가까운 나의 주장을 여러분이 이해하고 또 주위에 많이 알려 더 이상 거짓이 진실을 덮는 세상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손바닥으로 가린다고 진실이 영원히 가려지지는 않는다. 지금 이 시간에도 사건과 관련되었던 많은 목격자들이 가슴앓이를 하며 애를 태우고 있을 것이다. 군과 정부는 더 이상 거짓에 의한 진실 왜곡을 그만 두고 모든 정보를 공개해 철저한 사실관계를 발표해야한다. 그것만이 억울하게 죽어 간 우리 젊은 장병들을 위한 마지막 예우가 아닐까 싶다”
한편, 신상철 전 조사위원은 한국해양대학을 졸업하고, 해군 장교로 호위함과 수송함에 승선했으며, 컨테이너선의 항해사를 거쳐 현대ㆍ삼성ㆍ대우와 조선공사 등에서 조선 감독을 맡았다. 지금은 전국을 돌며 천안함 사건 진실에 대한 강연회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