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여성 자신에게 가장 큰 학대
'이기심에서 낙태를 선택한다'는 편견 역시 힘든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오해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낙태는 절망의 행위였다"며 "덫에 걸린 동물이 살기 위해 자기 다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 부분을 읽고 마음이 참 짠 했습니다. 생명의 문화에서 낙태의 위험성을 외치면서 당사자들의 고통은 등한시 한 것 같아서요. 이 부분에서 좀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우리 모두 낙태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많이 사랑하고 위해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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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여성 자신에게 가장 큰 학대"
낙태 경험자 치유 피정 아일랜드 대표 베르나데트 굴딩 강연
"낙태는 결코 여성을 자유롭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낙태 경험자 치유 피정 '라헬의 포도원(Rachel's Vinyard)' 아일랜드 대표 베르나데트 굴딩<사진>씨는 11일 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가 서강대 김대건관에서 마련한 특강에서 '낙태: 한 여성의 증언'이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낙태는 오히려 자신을 학대하는 가장 큰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굴딩씨 역시 18살에 낙태 시술을 받은 경험자로서, 당시 겪은 고통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한 때의 실수로 임신한 그는 미혼모를 향한 사회의 손가락질이나 가족의 질책이 두려워 낙태를 선택했지만 그 선택은 몇십 년간에 걸쳐 인생을 뒤흔들었다고 밝혔다.
"수술 후 우울증, 자기 혐오, 자살 충동에 시달렸고, 아이들 우는 소리만 들어도 심한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내 인생의 자존감, 행복, 희망이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심지어 결혼해서 아이를 갖게 됐을 때까지도 하느님이 나 대신 이 아이에게 벌을 주진 않을까 끊임없이 두려워했습니다."
'이기심에서 낙태를 선택한다'는 편견 역시 힘든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오해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낙태는 절망의 행위였다"며 "덫에 걸린 동물이 살기 위해 자기 다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스스로에게 용서를 구하며 고통을 치유해갔다. 그리고 2002년 미국에서 낙태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심리치료 피정 '라헬의 포도원' 소식을 접했다.
"그 순간 하느님이 저에게 '낙태가 말할 수 없이 큰 고통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에게 나의 큰 자비를 전하라'고 말씀하시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일랜드에서 낙태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피정을 열기로 다짐한 계기가 됐죠."
라헬의 포도원을 처음 기획한 미국의 가톨릭 심리치료사 트리샤 버크씨가 피정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굴딩씨는 로렌스 페토(카푸친 작은형제회) 신부와 함께 피정을 열기 시작했다. 이후 아일랜드는 물론 몰타, 레바논 등 많은 나라에서 피정을 열고 상처입은 이들을 만났다.
10월 28~30일 한국에서도 라헬의 포도원 피정이 열렸다. 굴딩씨 역시 함께하며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상처를 공유했다. 한국에서의 첫 피정이지만 낯설지 않았다고 말했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사람들의 마음은 어느 나라든, 누구든 같습니다. 같은 슬픔, 같은 상처를 안고 있기 때문이죠."
라헬의 포도원은 낙태로 고통받은 이들을 위한 심리적ㆍ영적 치료 프로그램으로 주말 동안 진행된다. 피정에 참가하는 소수의 참가자는 고통을 겪은 경험을 서로 나누고, 생명을 잃은 아기들을 위해 기도를 바친다. 피정이 무엇보다 중점을 두는 것은 참가자들의 사생활과 비밀 보장으로, 참석자 본인 외에는 피정 장소를 알리지 않는다. 한국에서의 다음 라헬의 포도원은 2012년 초에 열릴 예정이다.
김은아 기자 euna@pbc.co.kr
※ 낙태 고민에 대한 상담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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