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삼십대 후반의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회사가 시청 근처라서 정말 요즘 출퇴근 때마다 경찰이나 전의경들과 어깨를 안부딫히고
지나는 일이 없을 정도로 길거리가 쌔까맣게 변했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습니다.
언제부터 대한민국이 경찰없이는 하루도 지탱하지 못하는 우스운 나라가 되었는지?
국민들의 일상을 내리누르는 이 무거운 기운은 도대체 무엇일까? 뭐가 잘못 된 것인가?
무슨 바퀴벌레들도 아니고 대낮에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군인으로 복무해야할 젊은이들이 저렇게
끌려와서(전경은 지원이 아니고 강제징집임) 시민들과 매일같이 무엇때문에 저렇게 싸워야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전직 대통령이 불의의 사고로 안타깝게 돌아가셨는데 촛불 하나 키고 천막치고
초라하게 추모하는 것도 안쓰러워 죽겠는데 이건 지원은 못해줄망정 완전히 시민들을 테러분자들
취급을 하고 있으니 가슴이 답답하고 이런 상황을 만든 정치인들과 특히 이명박과 한나라당 국회의
원들과 자칭 수구보수세력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원하는 게 도대체 뭡니까?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민들의 눈물과 경제 악화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아픔이 눈에 보이지도, 그들의
아우성이 귀에 들리지도 않습니까? 왜 이렇게까지 국가가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당신들만의 나라로
만들려고 애쓰는 건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들이 자기 마음대로
추모도 못하게 하는 게 국가의 존재 이유입니까?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악법들을 왜 자꾸만 정당한
여론수렴 절차없이 뭐가 그렇게 바빠서 뭐에 그렇게 쫓겨서 벼락치기하듯이 처리 못해서 안달인 겁니까?
북한의 위협과 세계 경제상황이 안좋은 이 시점에 왜 서민들을 외면해서 국론이 분열되게 만들고 당신들
의 정책에 군말없이 따라오는 일부 부유층과 고위층들에게만 규제를 풀려고 하고 그 후과는 전부 국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도 사과 한 마디 없습니까? 열심히 일하려는 국민들을 왜 자꾸만 길거리로
불러내고 있습니까? 당신들이 잘하면 국민들이 쓸데없이 시간뺏겨가면서 길거리에 나오겠습니까?
명령때문에 시민들과 맞서야하는 거 모르지는 않지만 요즘들어 경찰들의 눈에서 살기가 느껴집니다.
전 이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진심어린 결단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며칠 정치권과 청와대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하나같이 암울하고 실망스러운 것들 뿐입니다.
아직도 문제의 핵심을 못보는 것 같아 안타깝고 한심한 생각이 듭니다. 국민은 없고 정치꾼들만 남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진리를 이명박 대통령과 정치권은 왜 모르는 걸까요? 시민들이 왜 불만을 호소하고
정권을 비판하고 왜 시위나 마찰이 일어나는지 원인을 들여다보고 고칠려고 하지않고 그저 보수단체 할아버지들이나 인상 험악한 용역깡패들 동원해서 일부러 폭력사태 일으키고 그걸 빌미로 경찰을 동원해서 마치 토끼몰이 하듯이 시민들을 잡지못해 안달입니까? 언젠가 경찰청장이 촛불시위자 한 사람당 얼마씩 포상금을 걸었다는 뉴스를 듣고 정말 이건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들에게는 섬겨야할 국민들 따로있고 잡아족쳐야할 국민들 따로 있습니까? 대한민국 국민으로 정당하게 세금내고 열심히 일해서 그냥 평범하고 정상적으로 살고 싶습니다. 왜 자꾸 길거리로 나가게 만들고 실망하게 만들고 한숨짓게 만들고 허탈하게 만들고 분노하게 만들고 눈물짓게 하는 겁니까? 당신들을 뽑아준 국민들만 국민이고 다른 사람들은 국민도 뭣도 아닌 겁니까? 어떻게 내 나라 내 땅에서 사는 게 이렇게 치열해야하고 힘들어야 하는지 대답 좀 해 주십시오. 우리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지? 뭘 그렇게 죽을 죄를 지어서 방패로 도망가는 시민들 목과 머리를 내려치고 지나가는 시민들 얼굴에다 최루액을 분사하고 데이트 나온 시민들에게 명동이 위험한 줄 알면서 왜 나온거냐는 헛소리나 해대는 겁니까?
오늘 대한문 분향소 철거 사태를 보니 이건 그냥 노망난 노인네들이 하는 짓들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정도가 심각하고 정말 유치하기까지 합니다. 완전히 돈 몇푼에 영혼까지 빼앗긴 정신병자 노예들
같았습니다. 더 이상 위만 바라보고 있을 때가 아니라 이젠 우리 내면의 양심과 역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회적인 통념이나 분위기때문에 말하길 주저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이젠 단순한 사회적 약자라기보다는 거대한 권력과 금력에 팔린 하수인들이라고 느껴집니다.
왜 그들이 국가의 부름에 일정 기간 봉사를 했고 그 기억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을까요?
그건 아마도 우리 세대들이 겪어보지못한 동족상잔의 비극과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엄청난 이념 대립 속에서 한마디로 국가의 정체성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의 생존마저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그런 경험과 무의식의 발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제 큰아버지께서도 포병장교로 월남에 파병 갔다오셔서 국가유공자로서 모범택시기사도 하셨고
지역 사회의 존경받는 어르신으로서 여러가지 활동을 하셨습니다.
저희 사촌형님들도 전부 다 군인가족으로 큰형님은 특전사 원사로 전역하셔서 사업을 하시고 있고
둘째 형님은 해병대 특수수색대 상사로 근무하시고 계시고 막내 형님은 특전사에서 소령으로
근무하고 계십니다. 저도 현역으로 제대후 회사를 다니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예비역입니다.
군인 얘기는 일상 다반사로 들어오던 저입니다만 요즘들어 도대체 군인정신이란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 봅니다. 대한문 앞에 군복입고 등장하시는 어르신들은 좀 특별한(?) 군인들 같습니다.
제가 평소에 봐오던 저희 가족, 형제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거든요. 뭔가 순수하지 않은 것 같은...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세월? 이념? 사상? 전쟁의 기억? 혈연? 학연? 지연? 정치성향?
저는 어릴 때부터 그런 집안 분위기때문에 군인의 정신이나 군대, 전쟁 이런 얘기들을 정말 많이 들었고
6.25와 월남전의 상황에 관해서도 누구못지않게 생생한 체험담(?)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쟁의 비참함과 전쟁 전후의 정치 상황, 그리고 좌우이념 대결의 피해자로 살아오신 그 세월까지....
그런데 웃기는 사실은 당신들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나는 무의식 속에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한
그 정신만은 존중하고 받들어야겠지만 그 끝에 남아있는 사상적 피해의식과 나와 다른 사상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의 이념까지도 무시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국심은 존경받아 마땅합니다만, 그것이 잘못 응집하면 일본 극우집단처럼 엉뚱하고 잘못된 방향으로도
표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들어 저는 자꾸 일본 극우집단과 히틀러의 독일 나치당과 이탈리아의
파시즘의 환영을 우리 나라에서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듭니다. 물론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 문맥은 차치하고라도 기본적으로 배타적인 이념적 성향과 국가 우선주의,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 버금가는 획일성과
전체주의, 개인의 부속품화나 국가적 우경화의 부작용 등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이명박 대통령, 이 땅에서 우리는 뭡니까? 당신에게 우리 국민들은 뭡니까? 노예입니까?
하인입니까? 부하 직원입니까?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꼴보기 싫은 존재들입니까? 왜 국민을 그렇게
싫어하시는지요? 왜 '국민'이란 말만 들으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이시는지요? 당신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안녕과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고 선서하지 않으셨나요?
제가 취임식에서 본 건 허깨비였습니까? 당신은 지금 큰 착각을 하고 있고 역사와 국민들에게 엄청난 죄를 짓고 있다는 건 아십니까? 국민 우습게 보지 마세요. 당신도 대통령 임기 끝나면 평범한 국민이 될 거고
그 때 어떤 모습일 거라 생각하십니까? 설마 영원히 대통령 자리에 있을 거란 꿈을 꾸고 있지는 않으시죠?
만의 하나라도 그런 대착각 속에 있다거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당신은 엄청난 바보이고 반역자입니다.
국민들이 당신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뽑아줄 때 당신이 엄청난 미남이라서 뽑아준 것도 아니고 당신이
그렇게 뛰어난 능력자라서 뽑아 준 거 결코 아닙니다. 그저 대안이 없었을 뿐이고 분열된 야당과 시민세력에
실망하고 현대건설에서 일한 추진력으로 경제 한 번 살려보라는 의미였을 뿐이라는 거 왜 모르십니까?
저는 당신을 절대로 지지하지도 않았고 고로 당신에게 투표하지도 않았고 당신에게 어떤 기대나 희망도 없습니다. 당신은 절대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그릇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니 한 회사의 사장으로서의 인물 됨됨이도 전혀 없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너무나 뻔히 보이는 그 시커먼 속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내 조국을 위해서 내 소중한 한 표를 당신같은 부정하고 부패하고 정직하지 못한 존재에게 낭비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이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을 너무나 잘 알기에 당신이 어떤 사람이란 걸 잘 알기에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를 주기엔 너무나 아깝고 가당치 않은 소리라는 겁니다.
무엇보다 당신때문에 소리없이 고통당한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희생이 대한민민국 전체로 확대되고
국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고 국가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이라는 확신때문에 당신은 대통령감이 아니었습니다. 앞으로도 당신은 절대로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섰습니다. 동네 할아버지만도 못한 양심에 5살 먹은 우리 아들도 비웃는 거짓말에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고 무엇보다
민주의가 뭔지도 잘 모르는 것 같은 요즘의 상황은 우리를 정말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작년 쇠고기 정국에 촛불 시위가 한창일 때 당신은 청와대 뒷산에 홀로 올라서 광화문 네거리에 가득차
흘러가는 촛불의 거대한 흐름을 지켜보면서 정말 가슴 아팠다고 하셨죠? 그 때 당신이 가슴 아픈 대상이
검증되지않은 쇠고기 수입을 걱정하는 국민들의 진심어린 충고였습니까? 아니면 그저 내 말을 국민들이
왜 저렇게 못알아들어 쳐먹을까 하는 게 가슴아팠다는 말씀입니까? 설마 후자는 아니었겠죠?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아니 그래야만 하는데... 요즘 당신과 한나라당의 오만한 행태들을 보면 거의 후자가
아닐까라는 아주 작은 의심이 듭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당신이 지난 일들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정을 완전히 쇄신하겠다고 맹세하면
국민들은 언제든지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아니 꼭 그렇게 해야합니다.
안그래도 죽네사네 하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하루하루가 금쪽같은 시간들인데 왜 우리가
이렇게 허비해야 합니까? 단지 당신과 정치적인 생각이 좀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단지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고 그의 죽음을 추모했다는 이유 하나로....
단지 우리 나라의 자연을 파괴하는 대운하를 반대한다는 이유 하나로....
단지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경제를 황폐화시킬지모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한다는 이유 하나로....
단지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해칠지도 모를 미디어법을 반대한다는 이유 하나로...
단지 등록금이 너무 비싸서 좀 낮춰달라고 요구했다는 이유 하나로....
단지 서울의 SKY대학 못나와서 직장에서 차별 받고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단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박해받고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단지 경상도 혹은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단지 계약직 근로자나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단지 노약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단지 서민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단지 지방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단지 당신들과 사상적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단지 진보와 개혁을 외친다는 이유로 억압을 받고있는 수많은 국민들이 안보이십니까?
단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아간다는 게 왜 이렇게 힘든 일입니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게 궁지로 내몰린 국민들이 어떻게 할 거라고 보십니까?
더 이상 국민들을 화나게 하지 마십시오. 사과 한 마디 하는게 그렇게 힘들고 불편한 일입니까?
전 대통령의 불행한 죽음으로 상처입고 가슴아파하는 국민들을 보듬고 지난간 일들과 국정운영 잘못에
대해서 국가의 지도자로서 진솔하게 사과하고 국민 앞에 고개숙이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이렇게까지 망설이시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끝까지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여러분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제 눈닫고 귀막은 정권에 뭘 더 바라지말고 대한민국의
당당한 민주 시민으로서 변화와 개혁의 주체로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히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이 시점에서 역사와 국민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방향일 것입니다.
따뜻한 바람이 안불어도 좋아라. 우리가 바람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자.
아무리 힘들고 어렵지만 그래도 우리가 어차피 가야할 곳은 그곳이니까,
그 약속의 땅으로 함께 나아가자.